그간 읽은 책들

읽어봐야지 하고 못 읽고 있던 책 중에 무겁지 않은 것 위주로 골랐는데 모두 술술 읽혀서 책 수는 쌓여간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이 선정의 무게감은 덜하다더니 그 점은 사실인 듯.

1. 위대한 개츠비

스스로 만들어낸 환상을 현실로 만들고자 버둥대다가 환상이 실제로 내뿜고 있는 독기에 질식해 숨진 사람의 이야기.
데이지에게 과거로, 현재를 잊고 그때 그 과거로 돌아가자고 채근하는 개츠비의 모습이 매우 기억에 남는다. 누구나 이성에게 자신의 환상을 투영할 수밖에 없지만 데이지는 개츠비가 갖고 싶었던 환상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여자가 아니었다. 선자리에 가까운 소개팅에 나가서 엷은 미소 뒤로 세찬 계산기 두들기는 소리를 듣고 오는 경험을 몇 번 쌓다보니, 어둠 속에서 빛을 향해 달리다가 거대한 환상을 갖게 된 개츠비가 이해가 가지 않는 바도 아니다. 그 환상을 현실로 만들려는 개츠비의 모습은 순정이라고 표현하기에도 너무 애잔하다. 아메리칸 "드림"의 한 끝자락을 매우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설인 것 같다.

2. 오만과 편견

두께는 조금 있어보였는데(전자책이라 가늠하기 쉽지는 않지만) 매우 재미있다!! 시간 날 때마다 완전 달렸다. 트렌디 드라마의 시작이면서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베넷 부인은 박원숙이 맡아야 할 것 같다고, 배역도 나름 생각해가며 읽을 수 있는 즐거운 소설이었다.
이 소설이 현실을 날카롭게 풍자하면서도 결국 현실에 순응하는 결말을 내고 있다고 비판하는 읽기가 많은 모양이다. 이 소설에서 원만한 수습을 걷어내고 현실에 대한 해학과 비판을 관철하면 어떻게 될까? 하고 생각해봤는데 결국 위대한 개츠비 같은 노선을 타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오만과 편견이 채택한 결말도 아귀가 맞고 자연스러워서 나쁘지 않다. 짤막하게 처리된 후일담 부분도 풍성하게 살릴 수 있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은 아쉽다. 후일담 부분만 한 권으로 따로 만들면 젠트리 계급에 대한 해학과 젠트리 계급과 기존 기득권 계층의 갈등 구조에 대한 묘사를 더 큰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었을 것 같은데.

3. 투명인간

현재 읽는 중. 1/3 정도 읽었다. 어릴 적에 읽은 문고본은 투명인간이 여인숙을 나서다가 죽음을 맞이했던 것 같은데 그 뒤로도 계속 이어져서 놀랐다. 죽음을 맞이하는 장면이 워낙 강렬해 인상에 남아있는데, 원작은 과연 어떤 전개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읽는 즐거움은 앞의 두 책에 비해 많이 덜하다. 뒷부분이 기대를 충족해주기를 바랄 뿐.

by 카구츠치 | 2013/03/31 00:43 | 독서의 상흔 | 트랙백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열린책들 세계문학을 틈틈이 읽고 있다. 완독은 동물농장, 1984, 바스커빌의 개에 이어 4번째 작품.
그간 유명한 첫 두 문장 언저리에서 주저앉다가 기회가 온 김에 끝까지 읽게 되었으니 전기를 마련해준 열린책들에 고마운 마음.

소설 자체는 포지션이 어정쩡하여 높은 점수를 주기가 어렵다. 애초에 문인회에서 발표한 작품의 평이 좋아 문단 데뷔에 이르게 되었으니 이야기가 중구난방인 것은 어쩔 수 없기는 할 것이다. 그러나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선명한 줄거리나 사건이 부각되지 않고 개개의 에피소드 간의 연결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을 통한 풍자와 해학이 풍성하게 나타남에도 뭔가 산만하고 도약 직전에 주저앉는 느낌을 준다. <태평천하>를 떠올려보면 <태평천하>가 얼마나 잘 쓰여진 소설인지를 다시 인식할 수 있었다. 물론 이 소설과 동시대의 조선 문단과 비교해보자면야 비교가 안 되는 것은 물론이다. 일본 문단을 베껴쓰기나 하던 사람들이 써봤자 얼마나 썼겠는가. 그러나 전시대적으로 볼 때 미야자와 겐지를 비롯한 일본의 유명 소설가들이 명성에 비해 그 문학 수준이 따라가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는 평을 받는 것도 일정 부분 수긍할 여지가 있다 하겠다.

등장인물들은 각각 풍부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어 마음에 들었다. 고양이의 주인인 구샤미 선생은 아무래도 소세키 본인이 많이 투영된 듯한 캐릭터인 듯 하다. 경제적 곤궁, 위장병, 한량에 가까운 문학사들의 모임, 시대와의 불화(라고 쓰고 똥고집) 등 소세키를 연상시키는 요소가 많다. 일본 소설은 사소설이 많다는 것도 일본 소설의 유명한 출발점 중 하나인 이 소설에서도 드러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등장인물 중에 제일 마음에 든 사람은 단연 메이테이. 말장난에 놀려먹기로 일관하는 사람이지만, 이 소설의 생동감이나 풍자-해학은 이 인물에 의해 살아나는 경우가 많다. 가네다 같은 속물들이 지배하던 근대 일본 사회에서 - 현재 우리나라도 그러하지만 - 그는 결국 비아냥과 해학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는 마케이누다. 나도 그런 정서에 많이 그리고 쉽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지라 메이테이 선생의 등장을 기다리면서 이 소설을 읽었음을 적어둔다.

원서를 읽다가 포기한 것은 그 문체가 상당히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설을 끝까지 읽고 보니 문체뿐만 아니라, 한학과 영문학을 넘나드는 소세키의 필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 원서로 완독했으면 무슨 말인지도 모르고 휙휙 지나갔으리라. 번역하신 분의 노고에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 각주도 상당히 충실하게 잘 되어있는 편이어서 읽기가 편했다. 몇 년 전 겐지이야기 완역본을 읽고 느꼈던 번역가의 실력에 대한 찬탄을 다시금 이 번역본에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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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짬이 시간을 내어 읽다보니 긴 소설을 읽는 것이 거의 무리다. 다음 작품으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나 위대한 개츠비를 보게 될 것 같은데, 언제 다 읽을지는 또 기약이 없으니 아쉽다.

by 카구츠치 | 2013/03/25 17:48 | 독서의 상흔 | 트랙백

재미있네.


고대 꿈나무들 같은 인재들이 무럭무럭 자라면

이렇게 되는 모양이다.

이 사건은 기사가 계속 나와서 댓글 반응을 보는 것도 재미있는데,

맨 처음에

「만취한 레지던트가 여자 환자 옆에서 잠든 것을 간호사가 발견하였다.」는 보도가 나왔을 때에는

여자 환자가 얼마나 당혹스러웠을까 하는 리플은 간간이 나오기는 했으나

ㅆㅂ 우리 레지던트들이 이렇게 힘들게 일한다규 ㅠㅂㅠ 술 먹고 잠 잘못 잔 게 죄냐 ㅠoㅠ 는 댓글 쓰나미에 실종.

그 후에

「알고 보니 여자 환자 몸에서 마약 성분이 나왔다.」는 기사가 나오자

역시 여자 환자를 동정하고 공분하는 리플들이 간간이 나오기는 했으나

ㅆㅂ 수술한 직후였다매 아직 검출될 수도 있는 거지 기자가 의사 잡는다 ㅄ ㅡㅡ^ 는 댓글 쓰나미에 실종.

그 이후에 다시 나온 게

「병원에서 그 성분을 처방한 적이 없다.」는 위 기사.

할 일 없이 댓글란에 놀고 있는 의료관계자들(대개 학생들로 추정되지만)은 과연 뭐라고 댓글 쓰나미를 몰아칠지 자못 기대된다.

by 카구츠치 | 2011/06/04 12:47 | 트랙백 | 덧글(1)

미친..


이게 뭐하자는 건지..

그냥 병역거부하는 것도 좋게 보이지는 않는데 이건 뭐하자는 짓인지..?

결국 세금으로 공밥 먹인 셈 아닌가.

그렇게 신념이 투철하면 미리미리 교도소 갔다 와서 국가공무원법 제33조의 적용을 먼저 받았어야지.

멀쩡하게 활동할 수 있는 변호사(혹은 판검사) 하나 줄여놓고 콩밥 먹으러 가는 사람을

무슨 자유의 투사인 것처럼 포장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종교적 병역거부(양심은 나도 있으니 양심적이란 말은 쓰지 않겠음)나 소수자만 옹호하면

엄청난 진보인 것처럼 생각하는 한겨레는 좀.... 참 거시기한데 뭐라 표현할 방법이 없네.

by 카구츠치 | 2011/02/14 10:44 | 트랙백 | 덧글(3)

방명록

링크 수 두 자릿대를 맞아(...) 방명록을 하나 열어둡니다.

잡담이든 뭐든 아무 글이나 환영하는 공간입니다.






but this ship can't sink!!




....Hobbits.....

by 카구츠치 | 2010/12/31 23:59 | 트랙백 | 덧글(23)

수혈과 친권박탈과 후견인제도

수혈거부 논란의 팩트?

산왕님이 인용하신 한국일보 기사 말미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신현호 의료전문변호사는 “종교적 신념으로 특정 치료방법을 거부하는 환자 및 가족에게 병원이 직접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한 건 국내에선 처음일 것”이라며 “외국에서는 일시적으로 친권을 정지시켜 수술 등을 진행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 경우는 수술 후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고 국내에선 친권을 박탈했을 때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하는 후견인제도 등이 미비해 뾰족한 해결방안이 없다”고 말했다.

현행 민법상으로 친권 정지 제도는 없고, 친권 상실은 규정이 있습니다.

제924조 [친권 상실의 선고] 부 또는 모가 친권을 남용하거나 현저한 비행 기타 친권을 행사시킬 수 없는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법원은 ...자의 친족 또는 검사의 청구에 의하여 그 친권의 상실을 선고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친권 상실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알겠지만 최후적이고 보충적인 제도죠.

친권 상실의 사유 중 첫째로 규정된 친권 남용에 대해서, 법원은 "법의 취지에 현저히 반한다고 인정되는 사정이 존재하지 않는 한 남용에 해당한다고 쉽게 단정지을 수 없"고, "종합적인 관점에서 예외적으로 친권 남용에 해당한다고 볼 만한 사정이 적극적으로 입증되어야 한다"고까지 요구합니다.

친권 상실 판단에 법원이 소극적으로 임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죠. 현저한 비행 이라는 사유를 판단하면서, 모의 간통으로 부가 사망하는 결과가 초래된 사안에서조차 모가 자녀들을 양육하는 것이 더 낫다는 이유로 친권상실을 부정합니다.

물론 이번 수혈 사안과 같이 생명이 왔다갔다 하는 경우에는 친권 상실은 인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녀를 유기한(버린) 경우에도 인정되는데 아주 극한 상황인 생명 문제에서 논란의 여지는 없겠죠.

하지만 친권 상실을 하자고 해도 문제는 많습니다.

친권 상실을 하려면 법원의 선고가 나와야 되는데, 이 선고 자체도 이번처럼 신속한 조치가 필요한 경우에는 법원이 최대한 신속하게 반응한다고 해도 가처분처럼 금방금방 나올 수 있는 게 아니라서 늦을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친권 상실 선고 과정에서 반드시 가정법원의 조정을 거쳐야 하는데(가사소송법상 '마'류 사건), 이 조정 절차에서도 공방이 이어지게 되면 한없이 늘어지게 된다는 거죠.

신속한 구제를 위해서는 일시적인 친권 정지 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고 보이는데, 위 기사에서 변호사가 언급한 친권 정지 제도가 어느 나라에서 어떻게 작동하는 제도인지를 현재는 알 수가 없어서 언급은 생략하겠습니다. 다만, 친권의 배제라는 제도 자체의 특성상 재삼재사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과정을 요구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간편한 친권 정지 제도가 도입될 수 있을지는 개인적으로 의문이고, 친권 정지를 도입한다고 쳐도 도입 후 정지당한 측이 이와 관련해 또다른 법적 분쟁을 야기할 가능성도 높겠죠.


자, 일단 친권 상실이 되었다고 치면 후견인 문제가 생깁니다.

민법상 후견인 제도는 일단 부모가 사망시 지정하는 지정후견인이 1순위이고, 그게 없으면 법에서 정해주는 법정후견인이 2순위가 됩니다. 선정후견인도 있는데 그건 논외로 하고..

일단 친권 상실을 당한 부모는 지정후견인을 선정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법정 후견인이 부모를 대신하게 되는데, 이 법정 후견인의 요건이

제932조 [미성년자의 후견인의 순위] ....미성년자의 직계혈족, 3촌 이내의 방계 혈족의 순위로 후견인이 된다.

라서, 댓글에서도 언급된 바이지만 다 같은 교인들일 확률이 높은 부모의 혈족 중에 후견인이 나와봤자 부모처럼 거부하고 나설 게 뻔한지라 상황은 똑 같아진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또한, 선정후견인제도는 지정, 법정후견인이 될 자가 없는 경우에 법원이 선임하는 것이라 해당사항이 없죠.

그래서 후견인을 변경을 해야 되는데, 이 변경절차를 거치다 보면 이번 사안같은 경우 애는 죽고 없다 이런 상황이 온다는 거죠.



요약

1. 친권 상실 제도에 법원이 소극적이고, 친권 상실을 얻는 과정이 지난해서 실효성이 없다.
2. 친권을 상실시키고 후견인이 대리하게 한다고 해도, 후견인이 그 밥에 그 나물일 확률이 높아 역시 실효성이 없다.
3. 그래서 친권정지 등의 간편한 제도를 도입할 필요성은 있는데, 친권의 배제가 워낙 중대한 사안이라 가능할지 의문이다.

처음에 산왕님이 조금 후견인 제도가 없다고 단정적으로 쓰신 부분에 대해 댓글만 달려고 했는데, 이야기가 길어졌네요. 기자도 뭐가 어떻게 돼서 제도가 미비하다는 건지 변호사 말을 잘라먹고 소개를 해서 분명치는 않은데, 주마간산 격으로 검토하자면 이런 측면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거다.. 하는 이야깁니다.

by 카구츠치 | 2010/12/15 11:10 | 트랙백(1) | 핑백(1) | 덧글(2)

월드컵 B조 2차전 경기들 감상


한국 : 아르헨티나


그 사람 많은 극장 전체를 침묵에 휩싸이게 만든 메시-이과인 콤비, 역시 강력하더군요.

우리가 실력도 모자랐고, 거기다가 운도 지독하게 없었던 경기였습니다.

밥줘영은 결국 소망하던 한 골을 넣기는 넣었더군요(....) 왜 기도 안 하냐고 까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러면 안 되죠(....)

상당한 트라우마가 될 듯 한데, 나이지리아전에서 활약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 번째 골은 골대 맞고 하필 안으로 꺾인데다가 오프사이드를 심판이 못 보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불운의 극치.

이청용의 골은 정말 해외파는 뭔가 다르긴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었네요. 해본 놈이 한다는 건 역시 만고의 진리..

각종 포털에서 폭풍처럼 까이고 있는 오염 라인(....)은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더군요.

특히 오氏의 경우 부친이 축협 위원장인가 그렇던데, 연줄로 뽑힌 선수가 아니길 바랍니다.

차두리가 미흡해서 똑똑한(...) 오범석을 넣었다고 기사로 설레발치더니, 완전 자동문이더군요(....)

폭풍같이 까여왔던 조용형이 나름 안정된 플레이를 해주는 걸 생각하면

오염라인은 그냥 수준 미달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특히 염기훈의 후반 볼터치를 생각할작시면(.....)

허접무 감독의 전술은 하나같이 의아한 것 일색이었고....

우리가 일방적으로 떡실신할 경기가 아니었는데 피투성이가 되게 두들겨 맞은 건 정말 분하네요.

응원하러 순수하게 모인 여성분들이 왜 이런 경기를 보고 울어야만 되는지? ㅡㅡ;


나이지리아 : 그리스

의외로 그리스가 이겼죠. 하이라이트도 못 봤습니다만, 비바 그리스!!!

나이지리아를 이기고 시원하게 올라갔으면 합니다.

by 카구츠치 | 2010/06/18 01:27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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